새해가 왔는데 포스팅이 하기 싫었다.
왜 하기 싫은가 곰곰히 짚어보니, 2012년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않음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학교적부터 일 벌이기는 잘 하는데, 끝 마무리는 데드라인이 없으면
친구야~ 같이 하면 안될까? 라는 도움을 받아야 가능했던 전력을 되짚어 볼때 그럴듯 하다.
(이런 부분에서 포스팅을 요구하신 모 님께 감사드립니다. ^^)
그래서 돌아본 2012 갈무리.
1. 개인적인 것 (끝맺은 것, 시작한 것, 느낀 것)
2. 문화 생활적인 것 (책들, 영화, 애니메이션)
각설, 1.개인적인 것부터
1. -1) 퇴사
개인 회사여서 더욱 불편하게 느꼈는지도 모르지만, 회사의 목적과 비전 설명 없이 임시 응변격으로 타인과 일을 체계없이 대하는 것이 힘들었다. (난 교육이 필요하다. 적어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사회적 작용을 하고 있는지 분명하게 확인하며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회사의 I/O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나의 I/O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성찰 할 시간도 없는 것이 참 힘들었다. 퇴사하고 조금 힘들었다. - 근데, 보통 퇴사 말씀드리면, 송별회 해주지 않나... 송별회하는줄 알고 간 날 회사 가서 일했다....- 인수 인계도 없이 끝냈다. 내가 잘못한 건가. 회사가 잘못한 건가. 일년에 3번 사람이 바뀌는 작은 회사. 매뉴얼도 없어서 손으로 적어가며 일을 배운 회사. 첫 회사. 그런 매뉴얼도 없는 회사에 그간 작성한 매뉴얼을 넘겨주고 떠나면서 이해가 안갔다. 마무리는 문자 하나. 다음에 회사 근처에 오면 송별회할테니 인사하고 가라고. 씁쓸했다. 나오길 참 잘했구나 싶더라.
사회는 매정할 정도로 실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적어도 내겐, 영어는 기본이고, 전공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것 같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데 뭐. 아랫사람을 대하는 지혜와 사랑을 역으로 배운 듯 하여 감사해야 겠다.
1. -2) 상담
나는 지금도 다른 사람들 - 특히 상하 관계가 아닌 친구, 또는 동료 - 을 대하기가 참 어렵다. 좀 내성적인 성격인지라 그런것인가. 어린 시절부터 사람보다 책이, 영화가 좋았던 탓인가. 팀작보다는 개인작이 더 편한건 모두 마찬가지 이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타인과 업무가 독립되어 있는것이 중요했다. 무엇이 나를 독립적으로 이끄는지 이해하고자 상담을 시작했다. 어린시절의 기억들과 만나니 참 불편하고 불쾌했지만, 적어도 무엇이 문제인지,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일들을 시작한 것이 기쁘다. 블로깅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그래서 지금 이웃 분 되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어쩌면 세상은 사소해 보이는 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알려주신 분들이기 때문에.
2. 문화생활 부문
책들 : 셰익스피어
어린시절부터 간절한 꿈이 있다면 명작들을 원어로 읽는 것 이었다. 낯간지럽게도 이런 욕망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진지한 얼굴, 적과 흑의 하얀 얼굴의 라틴어를 읊어대는 줄리앙 소렐, 적까지도 감탄하게 하는 아름다운 외모의 괴도 루팡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자들이 성격을 본다고 하지만... 죄송합니다. 전 여자가 아닌가봐요 ㅠㅠ) 내가 사랑에 빠지는 법은 쉽다. 글로 잘생김을 표현하면 일단 모두 사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외국어 버전으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각오를 불러 일으키기 일수다. 일단 쉬운것 부터 시작하자고 동화책 셰익스피어 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불어는 아직 어려우니 ㅠㅠ 다음 기회에 )그리고 템페스트, 십이야,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등을 읽고 나서 몰입하게하고 치유시키는 문학의 능력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왜 이렇게 두근거리는지. 적어도 내게는 착한 사람들은 선을 이루고, 악한 사람들은 잘못을 뉘우치고 선한사람이 되는 이야기가 일상에 지치고 힘들때 희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겠지. 콩쥐 팥쥐나, 장화 홍련처럼 권선징악으로 훈계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벌을 주고 마음을 돌이키는 악인을 사회에서 용납하는 것이 인상적인 부분임-입체적 인물 이었던가-을 확인한 것도 재미있는 수확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대 법치주의 원리까지 잠깐 생각한 건 너무 지나친 생각이었을까.
영화 : 아이 앰 러브.
음식 맛있고, 노래 재밌고, 수다 즐기고, 축구 신나며, 옷과 사람이 독특한 공간을 사랑한다. 심심할 새가 있나. 일단 라자냐 먹고 젤라또 먹고, 스푸만테 한잔하고 수다떨다가 예쁜 옷 입고 칼치오 폴리 보러 가는데. 사람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 나는 한없이 본능에 가까운 즐거운 사람들로 이탈리아 사람들을 정의한다. (삶이 너무 즐겁고 햇볕이 따사롭기 때문이겠지...) 이 정의를 벗어난 것이 조금 오래된 영화 아이 앰 러브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탈리아 인이 아니라, 산업 사회를 지탱하던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를 배경으로 계산적인 가문이 배경이 되기 때문이리라. 영화는 오래된 본능과 산업사회에서의 적응, 본능적인 사랑과 사회적인 지위 확인으로서의 사랑, 재정적인 부요함과 정서적인 풍요함을 감각적인 영상만으로 이야기한다. 이런 면에서 텍스트를 따라가는 나로서는 좀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 워킹이 무엇인지, 미장센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감독이 의도하고 있는지 시각적으로도 효과적인 툴을 사용하는 것이 둔한 내 눈에도 보일 정도면 이 감독은 천재님이신 것이겠지. 느슨하게 이탈리아의 산야를 훑어내는 것, 가깝게 바람에 흔들리는 꽃 하나 하나 컷과 계절의 변화가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표현하는 사물, 사람 하나하나 어여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예뻤다. 의상과 음악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멋졌고. 살짝 살짝 보이는 밀라노 시내 전경은 회색 모노톤에도 깊이가 있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배우는 과목들도 이렇게 피드백이 빨리 오면 좀 더 재미있게 배우지 않으려나? 라는 생각도 해 보았고. 결론적으로는 플라비오 파렌티의 꿈꾸는 듯한 머엉한 푸른 눈동자가 인상깊어서... ㅠㅠ 이탈리아어도 배우고 싶어졌다. 아아... 이 죄많은 여자..... 올해는 어찌 감당할 것인가... 잘못하단 단테의 신곡까지 손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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